신용회복경험담
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
-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.04.16 15:0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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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도입부: 평범하고 조용했던 은퇴 후의 삶
저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정년을 마치고 퇴직한 62세 남성입니다. 자녀 셋은 모두 성인이 되었고, 이제는 손주 이야기를 나눌 나이죠. 퇴직 후에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며 조용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습니다.
큰 욕심 없이 하루 세 끼 먹고, 아내와 조용히 산책하며 사는 게 제겐 충분한 행복이었어요.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쯤 퇴근, 저녁엔 TV 앞에 앉아 뉴스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, 그런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일상이었습니다.
그런데 그 단조로움이, 결국 제게는 함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.
2. 전개: 도박이라는 함정에 빠지다
퇴직 후 시간이 많아지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 게임도 해보고,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보다 우연히 스포츠 베팅 사이트를 알게 됐습니다. 처음엔 재미로 몇 천 원씩 걸었어요. 그게 점점 커지더군요. 이기면 ‘다시 할 수 있겠다’는 생각이 들고, 지면 ‘이번엔 꼭 만회하자’는 심리가 생겼죠.
처음 300만 원쯤 잃었을 땐 ‘이 정도면 감당 가능하지’ 싶었어요. 하지만 곧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서까지 베팅하게 됐고, 금세 빚이 1천, 2천… 마지막에는 6,500만 원까지 불어나 있었습니다. 저축은행 하나, 대부업체 세 곳에서 빌린 돈은 매달 60만~70만 원씩 이자만 나갔고, 원금은 줄어들 생각을 안 했어요.
아내에게는 숨겼습니다. 자식들한테도 말 못 했고요. 혼자 감당하려 했지만, 결국은 제 몸도, 마음도 견디지 못하게 되더군요.
3. 위기: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던 순간
결정적인 순간은 대부업체에서 집으로 독촉장이 날아온 날이었습니다. 아내가 그걸 먼저 받았고, 그 자리에서 모든 게 들통났습니다. 아내는 한동안 말을 잃었고, 저는 바닥에 무릎 꿇은 채 한마디도 못 했습니다.
며칠 동안 냉전이 이어졌고, 저는 제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워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잤습니다. 도박은 끊었지만 빚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. 한 달 가까이 고민 끝에, 인터넷에서 ‘개인회생’이라는 제도를 접하게 됐고, 아내와 상의 끝에 상담을 받기로 했습니다.
상담받으러 가는 길, 심장이 바닥으로 꺼지는 느낌이었습니다. ‘내 나이에 이런 걸 신청한다고?’ ‘혹시 거절당하면 어쩌지?’ 자책감과 불안이 머리를 가득 채웠죠.
4. 해결: 개인회생 신청, 그리고 변화의 시작
상담 후 개인회생을 신청했고,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법원에 접수했습니다. 인가까지는 약 4개월 정도 걸렸고, 그동안은 매일 새벽 경비일을 마치고 돌아와 서류 챙기고, 법원 연락에 귀를 기울이며 보냈습니다.
다행히 법원에서 월 21만 원씩, 총 36개월간 갚는 변제계획안을 받아들여줬고, 그중 일부 채무는 탕감받는 조건이었습니다. 그날 법원에서 인가 결정을 받고 집에 돌아가는 길, 하늘이 조금은 더 넓게 보이더군요.
물론 쉽진 않았습니다. 도박에 대한 유혹도, 자괴감도 계속 밀려왔지만, 저는 그때부터 다이어리에 매일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어요. ‘오늘도 도박하지 않았다’, ‘오늘도 약속 지켰다’고요.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이겨냈습니다.
5. 결말: 나를 다시 세운 선택
지금은 개인회생 인가받은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. 한 달에 21만 원씩 성실히 갚고 있고, 도박은 완전히 끊었습니다. 휴대폰에서도 관련 사이트를 전부 차단했고, 아내와는 함께 산책도 다시 다니고, 때때로 손주들 이야기를 하며 웃습니다.
경비일은 여전히 힘들지만, 하루를 정직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어요. 아내도 이제는 조금씩 저를 믿어주고, 자식들에게도 제 상황을 솔직히 말했더니 다들 오히려 응원해주더군요. 그게 정말 큰 위로가 됐습니다.
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저처럼 실수로 인해 빚더미에 앉은 분이 있다면,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. 늦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 가장 빠른 때일 수도 있습니다. 부끄럽고 창피해도,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. 포기하지 마세요. 저도 그랬으니까요.